모닥불 _ 백석
새끼오리도 헌신짝도 소똥도 갓신창도 개니빠디도 너울쪽도 짚검불도 가락닢도 머리카락도 헝겊조각도 막대꼬치도 기왓장도 닭의 짗도 개터럭도 타는 모닥불
재당도 초시도 문장 늙은이도 더부살이도 아이도 새사위도 갓사둔도 나그네도 주인도 할아버지도 손자도 붓장사도 땜쟁이도 큰 개도 강아지도 모두 모닥불을 쪼인다
모닥불은 어려서 우리 할아버지가 어미 아비 없는 서러운 아이로 불상하니도 몽둥발이가 된 슬픈 력사가 있다
모닥불을 위해 연속적으로 던져지는 그 잡다한 질료들은 하나같이 하찮고 쓸모없는 것들이다. 어둠을 밝히고 온기를 전해주는 모닥불의 그 뜨거운 사랑은 바로 하찮고 쓸모없는 것들이 모여서 일궈내는 것임을 이 현장은 우리에게 생생히 일깨워준다.
둘째 연의 빙 둘러싸 앉은 원의 형태는 바로 모닥불의 사랑을 똑같이 분배받는 모습이다. 나이와 지위의 고하를 막론하고, 심지어는 인간과 동물까지도 이 지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평등하게 세상의 사랑을 받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이 모닥불의 현장은 우리에게 일깨우고 있다.
회사에서 무시받는 일이 종종 있다.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에게 무시받지 않는 것도 능력이어야 하는 건가 의구심이 들었다.
그리고 백석의 시 한줄이 정말 값지다는 것을 느꼈다.
이 한줄의 가치를 아는 사람만 곁에 두어도 부족함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니,
그들이 나를 어떻게 대우하더라도
그들을 무시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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