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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모순>_양귀자 장편소설 : 겨자씨 한 알은 심을 인생의 부피에 대해

 

 


<모순>_양귀자

나는 또 오랜만에 감정을 토해내지 않으면 안될 흔들리는 시기에 쳐해있고,
느껴지는 감정들을 적어 내려가지 않으면 안될 책을 만났다.

인생의 문제에 확실한 대답을 할 수 있는가?

라는 화두에 대하여 "NO.절대불가능." 인줄 알았는데...

"정답은 몰라도 확실하게 대답할 수는 있다."

는 선택지도 있다는 것을 알게해준 책

 

삶에 대하여
내 삶의 부피는 너무 얇다. 겨자씨 한 알 심을 만한 깊이도 없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 것일까.

내 인생에 나의 온 생애를 다 걸어야 해. 꼭 그래야만 해!

이 구절에 대한 첫 인상은
멋있는 말이지만, 그닥 입체감은 없는 말 정도였다.
하지만 소설이 끝나갈 무렵 내 생각은 달라졌다.

 

삶은 그렇게 간단히 말해지는 것이 아님을 ...
인생이란 때때로 우리로 하여금 기꺼이 악을 선택하게 만들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 모순과 손잡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주리는 정말 조금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 나는 이번에도 역시 주리에게 아무런 답변도 할 수가 없었다.

옳은 것에 대한 판단. 그러나 함부로 내려서는 안되는 판단. 이 판단을 내릴 자신감에 대해 나는 과도기에 있다.

첫째는 판단의 자신없음.. 옳은 것을 이야기할 때에 진정 나도 그러할 수 있는가.
둘째는 판단 이후의 야비함.. 진정 맞부딪혀야 할 이에게는 불편하여 혹은 포기하여 이야기하지 않고, 순순히 따를 이에게만 뭐라도 깨닫고 이게 옳은냥 이야기하지는 않는가.

그리고 이 불안정함들을 정리할 수 없어서 나는 야비해진다.

 

저 홀로 숨어서 이렇게 아름답게 살아도 되는가 싶으니까 무지 눈물이 나대...

이런 삶도 있겠지

 

아버지는, 우리 아버지는 나한테 생각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어. 살아가는 동안 수없이 우리들 머릿속을 오고 가는 생각, 그것을 제외하고 나면 무엇으로 살았다는 증거를 삼을 수 있을까.

살았다는 증거... 나의 고유한 것.
돈 잘 버는 능력있는 사람은 세상에 너무나 많다. 오직 내 생각만이 나의 고유한 것일텐데...

 

이모는 전화선 저쪽에서 몰랐을 것이다. 이모의 마지막 말 때문에 내가 그 순간 왈칵 울어버렸다는 것을. 나는 울음을 감추기 위해서 얼른 전화를 끊었다. 벌써 가득 고여 흐르고 있는 눈물을 손등으로 닦으며 나는 창밖을 보았다. 거기 가을을 건너가고 있는 높고 푸른 하늘이 무심하게 세상을 굽어보고 있었다.

눈물이 왈칵 차오를 때가 있다.
분명 괜찮았는데, 말 한마디로 왈칵..

그냥 눈물이라는 연결고리 하나로 회사에서 배우고 느끼는 점들...

나는 뭔가를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을때, 누군가가 이건 잘못되었다고 하는 일에 예민하다.
왜 예민한지는 아직 제대로 알지 못한다. 그래도 잘못된 일의 원인은 나름 밝혀왔다.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원인은 다양하다.
내 능력부족일 때도 있지만 윗 사람이 잘못된 길을 제시해줄 때에도 계획은 틀어진다.
즉 내 잘못일 수도 보이지않는 윗사람의 잘못일 수도 있다는거다.
그런데 아래에서는 전체가 보이지 않기때문에 윗사람의 지시가 잘못되었는지 어떤지 모른다.
결국 내 능력 부족으로 결론내리고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건 내 능력 부족이 아니라고 말해주는 누군가가 있을 때 나는 눈물이 차올랐다.
그렇게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나 자신이 다시 떳떳해지면,
"그러면 됐다. 윗 사람도 실수할 수 있지 뭐... 나도 무수히 많이 저지르는 실수들을 누군가 이해해주고 있을 거다!"
라고 그제야 생각할 수 있었다.

서로 이해하며 살 수 있는 단단함을 쌓고싶다. 내가 단단하면 일이 틀어지는 것에 예민해지지 않을 수 있을것이다.

 

나는 다시는 되돌아올 수 없는 운명의 길을 달리고 있는 기분이었다 ... 나는 바다를 잊을 수 없어 연신 뒤를 돌아보았다. 세상의 모든 잊을 수 없는 것들은 언제나 뒤에 남겨져 있었다. 그래서, 그래서 과거를 버릴 수 없는 것인지도

사촌동생이 감명깊었다는 구절! 그래서 더 깊이 공감하려 읽었다. 민공히가 아니면 지나쳤을 구절..민공히는 이 구절을 어떻게 해석했을까?

이 구절의 감정은 행복감일까? 아픈 과거를 버릴 수 없는 이유는 그 속의 행복감을 잊을 수는 없기때문에..?
나는 아쉬움이나 안도감과 같은 조금은 가슴아픈 감정으로 느껴진다.

다시는 되돌아올 수 없는 행복한 운명이 내 뒤로 지나갈 때.. 그 어찌 잡아둘 수 없는 아쉬움
혹은 내 삶의 방향키를 쥐고있던 힘들었던 그 운명이 어찌어찌 지나갔구나 하는 안도감

어느것이든 즐거움은 아닌 이 것들만이
버릴 수 없는 것으로, 과거로 남게된다는 말처럼 들린다.
행복감은 빛이 바래지만 아쉬움이나 안도감은 희미하게나마 삶의 한 구석에 베여 항상 느껴지는 것 같다

 

그래도 나는 결코 바다에 지치지 않았다. 아니, 바다에 지치게 될까 봐 두려웠다. 차에서 내려 어딘가에 자리를 잡으면 무너지고 말 것 같다는 예감이 나를 바다에 붙들어 맸다. 그러나 한없이 달릴 수는 없는 일이었다. 달리기만 할 줄 알고 멈출 줄은 모르는 자동차는 아무 쓸모도 없는 물건이듯이, 인생도 그런 것이었다. 언젠가는 멈추기도 해야 하는 것이었다.

사랑의 당혹스러움. 사랑하는 만큼 힘들 것이고, 그렇다고 힘든만큼 정답인 것도 아닌.

 

세상의 숨겨진 진실들을 배울 기회가 전혀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

나의 아픔들은 이렇게 승화된다. 나는 적어도 이렇게 승화시킨다. 작가님도 이렇게 승화시키나보다. 한편으로는 너무 아픈 이에게도 통할까 싶으면서도 누군가에게 이건 오히려 기회라고 이야기하기도 어렵지만서도, 나는 이런 태도로 살아갈 것이다.

 

인생의 부피를 늘려주는 것은 행복이 아니고 오히려 우리가 그토록 피하려 애쓰는 불행이라는 중요한 교훈을 내게 가르쳐준 주리였다.

처음 "인생의 부피, 열심히" 라는 말을 봤을 때 경험,도전,새로운 어떤 것을 떠올렸다. 하지만 작가는 그저 치열한 삶, 힘겨운 어떤 것들을 얘기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좋은 밤을 보내려면 확실한 예약 없이는 곤란해요, 라는 그 말, 그것 혹시 내가 놓치고 있는 인생의 진리가 아니었을까...

-진짜 무서운 말이다. 나의 진리를 따라가가 정 반대편에 있는 진리를 발견하는 순간이란...
그리고 그 순간마저도 무엇이 진리인지 모르는 당혹스러움이란...

나도 어느순간 현실의 낭만을 뒤로하고 미래의 안정적임을 준비하며 살고 있다.
낭만적인 하지만 존재가 흔들리는 그 순간들을 겪으며, 삶의 가치는 이거구나 하고 위로해왔다.
하지만 동시에 반대편 세상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계속 외면해 온..
나는 아프지 않은 미래를 위한 인생의 진리는 놓치고 있었다.
진짜 잘난집 똑똑한 집 자식들은 날때부터 그 진리를 따라 탄탄하게 준비하고 있구나. 싶어서,, 많이 불안했었고 나는 뒤쳐져있다고 생각했다.

누군가에게 나도 그 잘난집 똑똑한 집 자식이라는 것을 안다.
나는 조금 발버둥쳤고 많이 도움을 받았다.

그리고 이 반대편이었던 곳을 향해 가다보니
이젠 원래 섰던 편이 옳은 것인가?하는 생각이 든다. 인간이란 참 모순적이다.

 

부모님에 대하여
아버지의 삶은 아버지의 것이고 어머니의 삶은 어머니의 것이다. 나는 한 번도 어머니에게 왜 이렇게 사느냐고 묻
지 않았다. 그것은 아무리 어머니라 해도 예의에 벗어나는 질문임에 틀림없으니까.

어머니의 삶도 아버지의 삶도
부모가 자식에게 그러하듯, 자식도 부모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믿어주는 것 뿐이다.

 

쓰러지지 못한 대신 어머니가 해야 할 일은 자신에게 닥친 불행을 극대화시키는 것이었다. 소소한 불행과 대항하여 싸우는 일보다 거대한 불행 앞에서 무릎을 꿇는 일이 훨씬 견디기 쉽다는 것을 어머니는 이미 체득하고 있었다.

부모가 되면 알 수 있을까.
나 자신이 아닌 사람에게 쏟는 초인적인 힘을... 내가 이해할 수 있을까

 

사랑에 대하여
나는 왜 갑자기, 어딘가에서 그 남자의 냄새나는 양말을 깨끗이 빨아놓고 잠들 수도 있다고 생각했을까...

그냥 모르겠다. 로맨틱한 것 같다. 한편으로는 영화에나 나올 감성인 것 같기도하고..  
가능할 것 같긴 한게, 그런 사람이 있긴 하더라. 

무엇이든 해 줄 사람, 
무엇이든 해주고 싶은 사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솔직함만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다. 솔직함은 때로 흉기로 변해 자신에게로 되돌아오는 부메랑일 수도 있는 것이었다.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는게 무엇인지 아직 나는 잘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관계에 있어 솔직함이 좋지만은 않을 수 있다는걸 느껴가는 중이라
어찌할 바를 모르겠어서 아프다


방이 하나든 둘이든 이루어질 일은 다 이루어지며, 이루어지지 않을 일은 어떻게든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를 사람이 어디 있는가.


안진진.. 25세라는데 고단 삶의 와중에 이 영역까지 통달했단 말인가. 아.. 나도 만 25세지

 

마음이 이미지를 이끄는 것이 아니라 이미가 우리들 마음을 이끌어버렸을 때 그 자괴감을 어찌 견딜지 나는 알 수 없었다.


연애의 많은 시작들은 영화처럼 자연스럽지 않으며, 자괴감과 함께하는 듯 하다..^^

그러나 자괴감보다 무서운건 시작이었던 것들이 무뎌졌을 때.

누군가에겐 그 순간들이 자괴감과 함께하는 시작일 수 있기에.
남을 상처줘도 되는 존재는 없기에.



읽고도 소화가 안되는 사랑의 구절들은.. 이미지로 박제.. 
언젠가는 이해하겠지. ㅋㅋㅋ몰라 나도

 

 

 

 

여러 모순들이 존재하는 것을 알고
이에 준비하며 인생을 살아가듯,
사랑의 모순 또한
준비하며 선택할 수 있다는 확신을
1998년에 양귀자 선생님께서 알려주신 것 같다.

 

 

 

 


 

이 책을 읽는 중에 많은 구절에서 멈춰섰다.
하나도 놓치고 싶지않아서 그 순간순간 구구절절히 적은 메모들을 여기에 적었다.
책을 다 읽고 느낀 점은 아직 정리할 수 없을 것 같다.


감정 한스푼이면 이성 아홉스푼을 더할 수 있다.
어떤 메모들에는 이성을 더하려했으나, 대부분 날 것 그대로다.
감정에 이성이 더해지는 순간 피곤하다... 수많은 자기검열... 결국 어떤 의무감으로 마무리..
(아마도 나는 작가는 못 될 것 같다)

작가의 말까지도 꼭꼭 읽어보길 바란다.

오랜만에 내 가치관과 딱 맞는, 고민 해결도 해준 그런 책.

 

삶의 어떤 교훈도 내 속에서 체험된 후가 아니면 절대 마음으로 들을 수 없다.
뜨거운 줄 알면서도 뜨거운 불 앞으로 다가가는 이 모순, 이 모순 때문에 내 삶은 발전할 것이다.